햇빛을 충분히 쬐고, 칼슘이 많은 음식도 잘 챙겨 먹으면 뼈 건강은 문제없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아이를 키우고 산후 골밀도 검사를 받아보면서 그 믿음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비타민 D 결핍은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과 그 아이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인의 비타민 D 결핍, 얼마나 심각한가
혹시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이 비타민 D가 부족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숫자가 꽤 놀랍습니다. 2008년에는 남성 52%, 여성 68% 수준이었던 비타민 D 부족 비율이, 2014년에는 남성 75%, 여성 83%로 단 6년 만에 크게 뛰어올랐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https://knhanes.kdca.go.kr)). 이는 미국의 결핍 수치와 비교했을 때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더 마음이 무거운 것은 아이들의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60%, 청소년의 80% 가량이 결핍 상태라는 수치는 단순한 통계로 읽히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 숫자를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비타민 D 결핍이란, 혈중 25-하이드록시비타민 D(25-OH 비타민 D) 농도가 20ng/mL 미만인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몸속에서 비타민 D가 제 기능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이 수치는 병원에서 간단한 혈액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데, 임신 중 비타민 D 수치를 검사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입니다. 저도 임신 당시 이 검사를 받았고, 그때부터 비타민 D를 의식적으로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햇빛과 음식으로는 왜 부족한가
"그냥 밖에 좀 더 나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런 생각이 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자외선(UV-B)이 피부에 닿으면 비타민 D 전구체인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이 활성화되어 비타민 D3가 합성됩니다. 여기서 UV-B란 태양광 중 파장이 280~315nm인 자외선으로, 비타민 D 합성에 직접 관여하는 파장대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UV-B가 피부 노화, 백내장, 피부암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아기의 피부는 성인보다 훨씬 민감해서 직접적인 자외선 노출 자체가 권장되지 않고, 성인도 자외선 차단제(SPF)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피부를 통한 합성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음식으로 채우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등푸른 생선이나 달걀노른자에 비타민 D가 들어있지만, 하루 권장량을 식품만으로 충족하려면 연어를 매일 200g 이상 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다행히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 중에서도 열에 안정적인 편이라 조리 과정에서 크게 파괴되지는 않으니, 식품 섭취 노력 자체는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령별 권장 용량과 올바른 복용법
그렇다면 얼마나, 어떻게 먹여야 할까요? 미국소아과학회(AAP) 및 국내 전문가 가이드라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출처: 대한소아과학회](https://www.pediatrics.or.kr)).
- 돌 미만 영아: 매일 400 IU
- 돌 이후부터 70세: 매일 600 IU
- 71세 이상: 매일 800 IU
모유 수유를 하는 경우, 모유 자체의 비타민 D 함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출생 직후부터 보충제를 별도로 시작해야 합니다. 엄마가 매일 600 IU를 복용하더라도 아기에게는 따로 400 IU를 먹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분유 수유아는 하루 분유 섭취량이 1L 이상이라면 보충을 잠시 중단할 수 있지만, 이유식이 시작되면서 분유량이 줄면 즉시 다시 보충해야 합니다.
복용법에서 제가 직접 써봤는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식사 중이나 식후에 먹어야 흡수가 잘 됩니다. 저녁에 먹이면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저는 오전 수유 타임에 맞춰 먹이는 방식으로 루틴을 잡았습니다.
액상 제형을 먹일 때는 사레(흡인)에 주의해야 합니다. 기름 성분이 기도로 넘어가면 지질성 폐렴(lipoid pneumonia)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지질성 폐렴이란 기름 성분이 폐 조직에 침착되어 염증을 일으키는 심각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아기 입에 직접 떨어뜨리지 말고, 수유 시작 전에 젖꼭지나 숟가락에 묻혀 먹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젖병에 타서 주는 방법은 저도 처음에 시도해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름 성분이 젖병 벽면에 달라붙어서 아이가 실제로 얼마나 섭취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수유 전에 젖꼭지에 한 방울 묻혀주는 방식으로 바꾸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아이가 배불러서 안 먹는 불상사도 막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습니다.

뼈 건강 너머, 비타민 D가 하는 일들
비타민 D를 단순히 뼈 영양제로만 알고 있다면, 이 영양소의 절반만 알고 있는 것입니다. 비타민 D는 체내에서 칼시트리올(calcitriol)이라는 호르몬 형태로 전환되어 작용합니다. 칼시트리올이란 신장에서 활성화된 비타민 D의 최종 형태로, 단순한 비타민이 아니라 전신의 세포 기능에 관여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유사한 물질입니다.
실제로 비타민 D가 관여하는 영역은 상당히 넓습니다. 결핍 상태에서는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등 감염성 질환에 쉽게 걸리고, 당뇨와 심장 질환 위험도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우울감이나 무기력증과의 연관성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발생 위험과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도 있어, 암 예방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영양소입니다.
영아 시기에는 구루병(rickets) 예방이 핵심입니다. 구루병이란 비타민 D 결핍으로 인해 뼈 무기질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뼈가 휘거나 성장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청소년기에는 골절 예방, 중년 이후에는 골다공증 예방이 중요한데, 햇빛을 잘 쬐고 칼슘 섭취에도 신경을 썼는데 골다공증이 온 중년 여성들의 사례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비타민 D 보충 없이는 칼슘 흡수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좀 더 자랐을 때, 저는 액상형에서 분말형(파우더) 비타민 D로 전환했습니다. 간식처럼 줄 수 있어서 아이 거부감도 적었고, 개봉 후 보관 기간 걱정도 덜었습니다. 액상형은 개봉 후 실온 보관 상태에서 한 달 안에 소비해야 하는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솔직히 한 달 안에 다 먹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까먹는 날이 생기고, 그게 쌓이면 어느새 기한이 지나있습니다.
매일 빠뜨리지 않으려면 약을 식탁 위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거나, 스마트폰 알람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나중에 기억해서 줘야지"는 대부분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비타민 D 보충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하루 한 방울, 혹은 작은 알갱이 하나를 꾸준히 챙기는 일입니다. 임신 중에 비타민 D 수치를 채워두는 것이 산후 골밀도 검사에서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한 이후로, 아이와 저 자신 모두 비타민 D만큼은 빠지지 않고 챙기고 있습니다. 오늘 당장 집에 비타민 D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시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